오감에 충실한 나/싫증날땐 칠해보자

구형 아날로그 텔레비젼이 주는 아날로그식 편안함..

예쁜 수채화 2012. 5. 15. 13:29

이사오기전의 집은 텔레비젼 하나 들여놓을 공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울만큼 좁아빠진 집이였다...

그런 중에도 티비없이 살 수 없는 남편이 심야의 외출에서 수확해온 구형 아날로그 텔레비젼...

이 소중하고 귀하디 귀한 녀석을 어디서 업어왔을까...난 티비를 볼 수 있게 되어 기뻐하는 남편과는 또 다른 기쁨으로 환성을 질렀다...ㅎ

아날로그 라디오, 아날로그 카메라, 그리고 아날로그 텔레비젼...이 것들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그런 때인데...이런 시기에 적절하게 업어온 남편의 아날로그 텔레비젼은...

나를 기쁘게 했고...남편을 당황하게 했다...ㅋ

 

남편이 당황한 것은...."뭣하러 이런 것을 주워와서 안그래도 좁은 집을 더 좁게 해..??!!"

라며 잔소리 할 줄 알았는데 이쁘다고...좋아하는 아내의 예상치 못한 반응때문이다...ㅎ

남편이사 당황을 하던 말던....그저 기쁜 수채화여사는 이녀석의 몸통에 어떤 컬러를 입혀 줄지가 고민이였고...

드뎌 그 고민에 막을 내린 순간이 왔다...

첨엔 붉은 갈색을 칠했다...그런데 너무 희덕스그레 하다....

그래서 칠하다 말고 이쁘게 붉은 물감을 다시 구입...

덫칠을 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아직 티비로서의 기능을 생생하게 잘 해주는 이 녀석이지만...

 

 

수채화여사가 원하는 것은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텔레비젼이기에...

브라운관의 회색적인 컬러에 불만...

그 것을 칠판으로 덮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칠판페인트로 덮어주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중...ㅎ

 

 

아날로그의 진정한 매력은 손 맛이지..

기계적인 느낌에서 오는 반듯하고 완벽한 포스가 아니라...

서툰 손맛에서 오는 어긋남...약간의 기울어짐...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날 듯한 낡음...

부스러 질 듯한 세월의 삭음...

그런 맛이기에...

 

깔끔할 필요도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저...느낌이 오는 대로...

손길이 가는 대로...

그 것을 즐기면 된다...

자연스러움이란 것을....

 

 

그런 어슬픈 흔적에서 우리는 이 것을 느끼기도 하니까...

사람냄새....인간美....

 

 

 

요 상태로 하룻밤을 재웠다...

그리고 이제 깨웠다...

 

 

 

 

어떤 때는 요조숙녀인 수채화라도....

또 어느때는 아이처럼 천진해 지기도 하지...

오늘은 그녀의 속에 숨은 아이의 천진함을 꺼내어 보기로 했다...ㅎ

 

 

그리고 천진함이 숨겨지지 않은...

천진함이 그 자체였던...

진정 아이였던 그때....무지기도 따라 불렀던 그 노래 가사속의

재밌는 내용을 아날로그 텔레비젼 속에 담아보았다...

 

 

이 노랫말은 참 많은 꿈을 갖게 했었고...

상상력을 동원케 했었고...

두근거림의 파장을 일으키게도 했었지...

아....순진한 우리에겐 텔레비젼에 나오는 내 모습만큼..

내 얼굴을 홍조로 변하게 하고...

내 심장이 파도처럼 멀미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말이다...

 

 

그 까마득한 과거의 환영속엔...

나의 아이들의 천진한 미소가 아닌...

내 어릴적의 수줍은 미소가 담겨있다...

수채화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담기로 한다...

 

 

텔레비젼에 내가 나온다면....정말....좋을 꺼 같았다....^^;;

 

 

 

 

 

나의 손에 의해서...혹은 나의 아이들의 손에 의해서...

또 다른 화면으로 채널을 돌리게 될지도 모르지만...

오늘 우리집의 아날로그 텔레비젼속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예쁜 수채화란 거....

그 것만으로도 참 재밌는 우리 집...우리의 텔레비젼이 되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