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감성으로/♪진솔함이 묻어나는 삶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일깨운 자아...

예쁜 수채화 2007. 8. 28. 12:34


 

결혼한지 어느새 10년이 지났습니다..

결혼을 하게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어야했습니다..

살던 지역이 아닌 타지역으로 신혼살림을 차려야 했기에...

또 나름 직장생활에 지쳐있었던 이유로...

그런데 막상 그만두고 살림에만 전념하니 체 일주일도 안되서 벌써 무료해지기 시작했죠..

나의 뇌는 항상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야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생겨먹은 것인지...

단 하루도 단 한시간도 가만히 멈춰서 휴식을 취하는 나를 봐주질 못합니다..

 

그래서 신혼 일주일 만에 시작한 것이 바느질이였습니다..

취미로 흔히들 말하는 퀼트라는 것이였죠..

그렇게 시작한 퀼트에 매료되어 아이를 가져 그 심했던 입덧에도..아이가 기어다니지도 못 할 때도

유모차를 끌며 그렇게 그렇게 샵으로 향했고 심지어는 대구까지 특강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퀼트샵을 직접운영하기도 한 시간이 3년...

그만두고서도 이것저것 아르바이트 해가며 내 결혼 생활은 끊임없는 나의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일을 손에서 놓은지 이제 3년이 되어가네요..

짧게만 생각했던 그 삼년이란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은가봅니다..

3년이란 시간은 나를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세뇌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였습니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 시간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스스로 아무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니 내 입에서 문득문득 무능력이란 말이 자신도 몰래 내뱉어지는 것이겠죠..

 

저는 어린 두 딸아이와 얘기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큰 아이는 이제 열살짜리 3학년, 작은 아이는 이제 8살짜리 1학년입니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이 이해할까 싶은 얘기도 시작해보곤 합니다..

그 날도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문득 결혼얘기가 나와서...

결혼을 하더라도 엄마처럼 무능력하게 있지말고 꼭 직업을 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큰아이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며 " 엄마가 왜 무능력 해요.?"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엄마는 바느질도 잘하고 그림도 잘그리고 요리도 잘하고..엄마가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갖고 있는데요.."

라고....그러니 옆에서 작은아이가 "맞아요.." 하고 맞짱구 칩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죠.."하지만 엄마는 돈을 벌질 못하잖아.."라고..

사실 예전에 퀼트샵을 할때 두 아이를 매장에서 보살펴가며 했었답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엄마가 돈을 벌던 시절을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아무튼 엄마는 돈을 못 벌잖아..라는 저의 말에..

큰 아이가 " 엄마가 돈을 못 버는 건 엄마가 가게를 안하시니까 그런 거죠..엄마가 가게만 다시 하신다면

얼마던지 돈을 벌 수 있잖아요.." 라고 하더군요..전 그냥 피식 웃고 말려고 했는데...

아이의 눈빛을 본 순간...그 말은 단순히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엄마에 대한 확신에 찬 그 눈빛...그 믿음...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으니까요..

어느 새 아이가 이만큼이나 자랐구나...하는 생각에 또 감개무량해 지더군요..

이제 아이들은 엄마를 이해하게 된 것이니까요..

 

그 순간..ㅇ ㅏ...이게 나의 모습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 모습이 내 아이들에게 비춰진 엄마의 모습이구나...

고맙게도 내 아이들은 나를 저렇게 멋진 엄마로 봐주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이르렀을때

정말 가슴이 뭉클해 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였습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무능력했던 내가...어느새 과거의 치열한 순간순간을 잊언버린체 그저

무능력한 자신을 한심해하며 머물러있었던 내가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다시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죠...

 

이제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난 결코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다...다만 잠시 쉬어갈 뿐이다...

그리고 이젠 그 휴식을 더 소중하게 활용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웃의 사람들이...퀼트 동호회의 회원들이...만날때 마다 왜 능력을 썩히고 있냐고 말을 해도..

난 내가 무슨 능력이 있어...라고 생각하며 내가 가진 것을 그저 단순한 심심풀이의 취미정도로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3년이란 휴식기간이 그렇게 만든 것이였죠..

그런데 내 아이의 말에...난 어느새 능력있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제 3년이란 시간동안 나를 주눅들게 했던 그 무엇에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것입니다..

순간순간을 아까워하며 애쓴 결과일까요..? 나의 젊은 시절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덕분일까요..?

내 딸아이들에게 내가 보여주는 것이 곧 교육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그 순간들이 감사하며..

그걸 제대로 잘 봐주고 자라준 아이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가 한 것이면 그 무엇이라도 엄지손가락 올려가며.."엄마..역시..최고..!!"라고 말해주는 아이들에게 한없이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