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맛 사는 멋/두 다다가 주는 삶의 의미

아이들의 방학탐구생활

예쁜 수채화 2010. 1. 9. 14:35

참 희안한 일이예요..

왜 아이들은 방학만 하면 이불들을 모두 거실로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방학동안 내내 거실바닥에서 뒹굴겠다고 작정한 것 처럼

방학시작 하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거실에서 자리깔고 바닥생활을 해요..

아이들의 저런 바닥생활을 보니 지금 읽고 있는 성경책의 출애굽기를 현실로 보고 있는 것같아 속이 터질지경이예요.

그만큼 아이들의 바닥생활이 보는 엄마에겐 큰 시름과 한숨을 토하게해요..

 

그리고 정말 성경을 읽고 써먹는 것인지...모세에게 먹을거 내달라고 쪼르는 백성들 처럼...

눈만 마주치면 엄마에게 맛난거 만들어 달라고 쪼르는 통에 엄마는 일을 해야함에도

좀처럼 부엌에서 나오질 못하고 있어요..잡채해주고 돌아섰는데 마늘빵 해달라고 하고..해주고 돌아섰는데..

저녁엔 치킨해주실거죠..?라고 물어요..그리곤 왜 오징어 젓갈은 안담아요..?이렇게 엄마의 주부생활에 참견하는 통에 울화통이

치밀 지경이지만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엄마인척 웃고 있어요..

물론 엄마가 아이들이 쏘아대는 울트라킹왕짱 스트레스에도 꿋꿋하게 참을 수 있는 것은 프방이 있기때문이예요..

아무리 아이들의 간식거리 챙기느라 부엌에서 헤어날 수 없는 엄마라도 프방에 접속하는 시간만큼은 교묘하게 잘도 챙기고 있어요..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면서 티비에서 하는 만화라는 만화는 모두 챙겨서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쌓여가는 스트레스는

프방에 들어와서 댓글 몇개 읽다보면 한순간에 해소가되요..그덕분에 아이들의 배짱이 같은 게으름을 보고도 소리지르지 않는

"엄마의 장점"이라는 책까지 출판하게 만들어요..막내가 엄마의 맛있는 간식몇번에 엄마의 장점이라는 책까지 써서 엄마책상앞에

갖다놓아요..그리고는 그 책 읽었냐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엄마를 쪼르는 통에 엄마는 또한번 나중에 읽을께~~라고 소리를

지를뻔 했어요...자칫하면 여태 쌓아온 좋은 엄마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날려버릴뻔했어요..

 

오늘 엄마는 빈둥거리며 뒹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보기 싫어 겨울내내 묵혀두었던 재활용쓰레기를 아이들에게 분리수거 하라고

시켜요..아이들은 차라리 오징어젓갈을 자기들이 담겠다고 쓰레기는 엄마가 치우라고 해요..엄마는 드뎌 참고 있던 108개의 번뇌와

시름하던 것을 다 집어치우고 사랑이란 12조건의 말씀들을 순간 다 잊어먹기로 하고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오징어젓갈을 어떻게 담을건데...???하고..그랬더니 어느새 아이들 손엔 분리수거봉투가 들려지고 아이들은 기분좋게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어요..엄마는 진작에 그럴 것이지..하면서 맘을 놓고 있어요..그리고 저녁설겆이는 아이들에게 시켜요..

격일제로 하라고 하니 아이들도 재밌어해요..여름방학때도 그렇게 했었는데 효과는 만점이였어요..물론 그렇다고 엄마의 노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를 아이들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분리수거를 다 끝내고 난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놀겠다고 해요..야우~성공이예요..

바닥에서 이불을 몸에 칭칭감고 번데기를 흉내내는것인지 뱀흉내를 내는 것인지도 모를 자세로 티비만 보고 있는 꼴이 너무

뵈기 싫었는데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간김에 놀꺼리를 찾아낸 아이들이 정말 다행이예요..

이제 엄마는 밀린 일하며 오징어 젓갈도 신나게 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커피한잔 할 수 있는 여유도 겨우 찾았어요..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시간이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넘겨야하는 엄마에겐 최고의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해요..그래서 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해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좀 오~~래 놀다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세상의 모든 신들께 기도드리고 싶은 엄마예요...^^

 

 

오늘 점심은 아이들이 간절하게 먹고 싶어하는

묵은지로 만든 김치찌개예요..^^

 

 

 

 작은 아이가 만든 엄마의 좋은점...이 적힌 책과..ㅋㅋ

엄마의 음력생일을 양력생일로 오해하고

보낸 축하와 죄송함의 편지...ㅎㅎ

눈물이 날거 같네요..^^

아기들아...많이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