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냉장고를 옮겼다...난 곰같은 재주를 지녔다...
미운 냉장고를 들여다 보노라면....저게 꼭 있어야 하는 거.....?? 하는 극단적인 생각이 든다..
그래...있긴 있어야지...근데..꼭 저렇게 덩치가 커야하나..? 그건 아닌거 같은데...선반처럼 얄삭한 냉장고는 안되나..?ㅜㅜ
하면서...냉장고를 언젠가는 베란다로 내치리라는 굳은 각오도 해본다...
집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계절 가을을 그냥 넘길수는 없다고 여기며 바삐 움직일 때가 되었지..
아이가 집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는 남겨뒀으니 얼릉 와서 헤치우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잘 차린 밥상사진과 함께..그럼에도 이렇게 사진작업을 하고 글을 쓰느라 엄마는 아직도 사무실에 앉았다...
집을 리모델링 하느라 애용했던 의자...
그 흔적이 의자에 처참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치열했던 페인트와의 전쟁을 치르던 그날의 영상이 뇌리속에 박혀있었는데...
저 의자를 보는수간 트라우마처럼...ㅎㅎ벌떡 놀란다...ㅋ
그날의 공포를 잊어먹기위해...
의자에도 또다시 붓칠을 했다...
이 가을의 느낌에 맞는 색감으로..
그치만...설렁 설렁...
급한대로 의자를 다크브라운으로 칠해주고...
시들어 말라빠진 화초를 올려두었다...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 있어..
언제가는 패브릭으로 온기를 더해줘야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해보고...언젠가.....는......;;;
무언가로 자꾸 채워도 자꾸 썰렁한 거 같은..이 느낌은 뭔 느낌인가..?
가을....이라서...? 가을은......사람의 마음을 서늘케 하긴 하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대신해...
뱃속을 채우게도 하는....
그래서 한여름날 더운 열기속에서 땀띠나게 운동하게 만드는...
이 가을의 허기짐이여....ㅜㅜ;;
그럼에도 가을예찬은 늘어지도록 해대고 가을의 마법에 걸린 줄도 모르고
온갖 나물들을 섞어 비비밥을 퍼먹는가 하면...
막창에다 삼겹살을 얹어 쇠주를 걸쳐주기도 하지...
늘어나는 뱃살과 가을의 공허함은 반비례한다는 거...
바부탱이들...ㅋ
그럼에도....나도 그 마법에 걸려 빠져나올 수 없는 대표적인 인물이란거....
막창이 땡긴다...쇠주는........그 맛은 아직 모르겠다...ㅋ
간단한 의자리폼을 끝내고....
묵직하게 자리잡은 냉장고가 있는 주방에 시선을 두었다...
책장으로 가벽을 치고 보니 저 곳은 주방도 아니고...
거실도 아닌 애매한 공간이 되어버린 듯...
더군다나 안락함이 느껴져야하는 부부침실로 들어가는 입구여서 인지...
냉장고가 그 자리에 턱하니 자리잡고 있는것이 참 눈에 거슬린다...
그래...결심했어....
냉장고를 옮겨보기로.....!!!
냉장고 하나를 옮기는데....
온갖 살림살이들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그 산만스러운 모습들을 찍을 여유가 없었다...
냉장고를 옮겨둘 자리에 놓여진 선반과 장식장을 먼저 드러내어야 했던 터라...
그 속에 담긴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식탁위와 바닥에 늘어놓고...
그 걸 다 정리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비명이 터질거 같아서...ㅋ
일단은 냉장고가 들어갈 자릴 만들어주는 것이 급했으니까...
어찌어찌 냉장고는 옮겨졌다...
한참 냉장고와 실갱이를 하고 있는 중에...
고맙게도 엄마일을 잘 도와주는 막내딸이 들어온다...
그리고 역시 기대처럼 척척 잘 도와준다...ㅎㅎ
고맙다 딸램....ㅎㅎ
그렇게 수고하고 고생해서 얻어진 공간이다...
가을처럼 아름다운 브라운톤의 벽지가 발려진 공간이 제 빛을 발하며 살아났다...^^;;;
바로 이거야...하면서 막 좋아했다지....이 가을느낌의 벽면에...
이쁜 그릇들을 진열하고....
일상적으로 쓰는 그릇들이지만...
더 이뻐보인다며 혼자서 고개도 끄덕이고....ㅋ
멋스럽게 페인트칠이 되어 버려졌을때의 비참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된...
의자도 그 앞에 놓아보고...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달라질 표정들이기에...
오늘은 요런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아봤다...^^
로맨틱 해야할거 같은 부부침실의 입구가...
무거운 냉장고로 묻혀있다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거듭난 순간....
침실문이 더 살아나는 효과까정...ㅋ
죠랬던 공간이.......................요래 바꼈어요....ㅎㅎ
저 그릇들...나의 소박함이 담겨진 그릇들...
혼수로 산 그릇이 아직 그대로 쓰여지고 있고...
누군가가 버린 것을 주워와서 쓰여지고 있고....
깨져버린 찻잔의 받침대가...
접시로 다시 재탄생되어 쓰여지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런 그릇들이라...어찌보면 귀한 것이 아니라 여길 수도 있지만...
내게 있어서는 그렇기에 귀하디 귀하다....^^
내 손길 닿은 예쁜이들이 더 이쁜 모습으로 보여지도록 디피하고 보니...
참 흐믓해지는 기분....
오늘은 요기까지.....^^
아...삼겹살 고프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