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감성으로/♪진솔함이 묻어나는 삶

지옥을 넘나드는 듯한 공포 - 공황증세(1)

예쁜 수채화 2010. 11. 11. 01:53

 

"아마도 제가 죽을 때가 되었나봐요..."

이유를 알 수 없이 몇초마다 찾아오는 불안증세로 오그라드는 심장을 부여잡고 병원문을 밀고 들어선 내가 죽음의 공포에 불안해하며

내뱉은 한마디...그렇게 초조해하며 좌불안석인 내게  의사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공황증세 때문에 죽는 일은 절대 없어요..."

"선생님께서 체험해보시지 않으셔서 그렇지 얼마든지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속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차마 입밖에 내뱉지는 못하고

지긋이 의사선생님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한편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제발 진실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그렇다면 다행이야...라는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해 세상에 두발자전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네발 달린 자동차도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했던가...

그 감사함으로 운전을 하고 크게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나가는 나였었는데....

이런 내게 운전에 대한..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속도를 내기를 즐겨했던 고속도로에 대한 공포가 찾아온 것이였다..

이런 현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지만 고속도로로 인해 내 심장이 오그라들때마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수없이 던진 질문.....왜....왜....왜....??

내게 왜 이런 공포를 주시는건가요...?? 아버지...당신께서는 도대체 이 나약한 인간인 저에게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제가 당신앞에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인가요...? 하는 수도없이 똑같은 질문을 던져야했다...

 

아무런 느낌도 의식도 없이 수차례 다녔던 고속도로가...그렇게 험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것을 공황증세를 일으키기전엔 몰랐었다..

즐겁게 남편과 대화하며 오가면서도 고속도로의 높이와 넓이와 터널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그 길....

그 편안하기만 했던 그 길이 세상에...이렇게 높았고 좁았고...혹은 너무나도 감당이 안될만치 넓은 길이였고 터널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순간 놀라움에 몸서리쳤다.. 

경부선이 이렇게 험한 길이였던가...언제 경부선에 이렇게 긴 터널이 있었던가...

편과 함께 다니던 문경의 고속도로가 이렇게 고가도로였던가...

내겐 새롭게 다가오는 고속도로의 형태가 신기하고 놀라웠고 두려웠다...

 

어쩌다 잘 못 들어선 고속도로에서 처음으로 느꼈던 공황증세....그 첫 경험에 이미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신께 내려놓았다...

가슴을 움켜잡고 쪼그리고 앉아 가픈 숨을 몰아쉬며...."아버지...저의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구요...저의 남편은요..."

"아버지...아직은 그들에게 제가 필요하답니다...남편사업도 이제 자리를 잡고 있고 아이들은 엄마의 손이 더 필요해진 사춘기가 되었어요...

왜 하필 이런 때에 저를 대려가려고 하시나요...?아버지..아직은 안됩니다...아직은요..."

그런 두려움속에서도 난 살아야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집어내고 있었다...내가 살아야할 이유를 아버지께 고하면 나를 살려주실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런데 자꾸만 몰려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가슴의 통증은 아무래도 신은 나를 죽이시려 작정하셨다는 생각에 머물게했다...

 

이제 곧 죽어야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몰려오는 고독감과 쓸쓸함 그리고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혼자 떠나야하는 죽음의 길을 앞에 두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내 모습이 어찌 그리 가엾고 초라하고 작은지...

시한부 생을 사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한지 강하게 와닿는 순간이였다...그때의 나는 너무나 고독했고 쓸쓸했고 외로웠다...

사차원 세계에서..혹은 미래에서 혹은 과거에서 현실의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느낌...같은 땅을 밟고 있었지만 그들은 나와는 다른 곳에...

나는 그들과는 다른 곳에 서 있었다...그들은...아니 나는 이미 죽은 이의 시선으로 그들을 들여다 보는 듯 그들이 사는 세상이 낯설었다..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서도 이렇게 고독하고 쓸쓸하고 외로워야하는가...왜 저들은 이런 나를 돌아보지 않고 저렇게 앞만 보고 가는 것일까...

난 고속도로의 한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는데...왜 저들은 저리도 급히 차를 몰고 그 속도로 인해 터져나오는 굉음에

나를 더 공포스럽게 하는가...그대들은 정녕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어쩌면 저 죽음의 터널을 그리도 당당히 뚫고 들어간단 말인가...

난 최고의 속도로 달려가는 그들을 잡아세워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내가 보이지 않냐고...나를 좀 봐주라고...할수 있다면 나를 살려달라고...

이렇게 지친 나를 편하게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매달리고 싶었다...그렇지만 그 누구도 나를 쉬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내 앞엔 죽음의 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기에....오직 그 만이 나를 쉬게 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어느 곳인지도 알 수 없는 상가의 화장실안에서...몰려오는 복통과 구토증 그리고 그 것보다 몇배는 더 강한 죽음의 공포에 벌벌떨며 쪼그리고 앉아

심장과 배를 부여잡고 나는 나를 포기하기로 맘을 먹었다...

 

공황장애라는 것이 내가 행복해하며 웃고 떠들고 하는 그때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하나의 병이란 것을 인식하지 않고 살고있었던 나로서는

수시로 일어나는 공포감과 육체의 고통이 신이 전해주는 하나의 계시처럼 여겨졌다...이젠 니가 죽을때가 되었으니 죽음을 예비하라시는 하나님의 계시...

난 고스란히 죽음을 받아드리기로 했다..내가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살려고 했었나..이렇게 빨리 죽으려고...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늘 짧다고 생각했었구나..

사람은 자신이 죽을때를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바로 이런 계시때문이구나..내게도 바로 그런 순간이 온 것이구나...수도없는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상상도 하지 못한 공포와 육체적인 고통은 나를 까무라칠 정도로 지치게 했다...그 누가 이런 고통앞에서 맞서 싸울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런 공포의 순간에 죽음의 신과 맞짱뜨겠다고 나설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이 나의 죽음이라면 네...제가 죽겠습니다..아버지...저를 지금 대려가소서...나의 아이들...나의 남편...모두 내려놓겠습니다..

지금의 이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야한다면 아버지...저는 살아낼 자신이 없습니다...지금 저의 영혼을 거둬가소서...아버지 어쩌면 나의 가족들에게는

이미 나란 존재가 필요없을지도 모릅니다..그들은 저 없이도 잘 살 것입니다..그러니 지금의 이 고통에서 저를 해방시켜주소서....아버지...."하며

심장을 부여잡고 온 몸을 쪼그린체로 기도드렸다...제발 고통없는 곳에서 살 수 있게 하라고...

죽음의 공포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자식들이 엄마없는 아이들로 자라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게 했고 이제 막 안정기에 들어 아내의

도움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남편의 상황도 대수롭지 않게 했다..그래...그들의 상황이 아무리 절박하다해도 지금 나만 하겠는가..? 죽음을 앞에 두고

고독한 투쟁을 해야하는 나만 하겠는가...난 그 짧은 순간에 가장 이기적인 엄마가...아내가 되어있었다..

오직 내가 평화로울수만 있다면 난 죽음이라도 선택하리라...그들을 엄마없는 자식으로 살게하리라...내 남자를 아내없는 남자로 살게하리라..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그 것이 뭐그리 대수라고....아버지...엄마없는 아이로 자라는 것이...아내없는 남편으로 사는 것이 그렇게 큰 고통은 아니라고 

말씀해주세요...저는 이대로 죽을거예요..가여운 내 아이들...가여운 내 남편을 아버지께서 도우소서...그들을 아버지께 맏기고..내려놓고 저는 죽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죽이시겠다면 저는 지금 당장 죽겠습니다..그러니 그들을 아버지께서 맡아주소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차라리 지금 죽고 싶다고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드렸다..

.그 순간 강하게 느껴지는 심장의 오그라드는 느낌(너무 강해서 내 영혼이 이제 빠져나가는 구나..하고 오히려 맘이 편해지게 했던..)과 함께 그 느낌이 사라지자...

쏟아지는 식은땀....운동을 해도 땀을 잘 흘리지 않고 한여름의 더위에도 웬만해선 땀을 흘리지 않는 내게 그렇게 많은 땀이 흘러내릴 수 있다는 것에

난 또한번 놀랐다...그렇게 식은 땀이 쏟아지자 이제 나는 죽는구나....하고 내 영혼을 거둬가실때 까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난 죽지 않았다...심장마비와도 같은 강렬한 증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젠 괜찮은 것인가..? 하고 맘을 놓으려는 순간 또 몰려오는 두려움과 심장의 긴장감....

아직도 죽음의 신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죽음의 고통에서 벌벌떨고 있는 나를 조롱하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며...

난 나를 따라다니는 그 를 의식하며 더 엄청난 공포를 느껴야했다...

이웃동네의 예쁜 논두렁이...아스팔트양옆으로 아름드리 피어난 코스모스가...세상에나....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길이 나를 공포에 휩싸이게 한단 말인가...

무엇을 봐도 뭣을 해도 몸서리치게 하는 두려움...내가 어쩌다가 이리 되었단 말인가 싶은 어이없음이 나를 더 화나게 했고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원망을 쏟아놓게했다...난 이제 내가 사는 이 작은 도시에 일평생 갖혀 살아야하는 것인가...? 하는 막막함...답답함...

강하게 거부하고 싶지만 난 이제 창살에 갖힌 사형수처럼 죽음의 날을 기다리며 공포에 떨고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공황증세....내가 앓고 있는 것이 그 것이란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했다...

나의 심장은 열정으로 인해 두근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해 두근거린다는 것을 용납하고 싶지 않지만..

그 것이 현실이였다....도대체 내게 열정이란 무엇이였지..? 하고 내게 물어볼 만큼...난 나를 설레게 했던 꿈에서 열정에서 저만치 멀어져있었다...

공황증은 나의 열정을 식게했고 그러므로 내 미래를 빼앗았다...난 꿈과 미래를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공황증세와 하루하루 싸우기에도 벅차다...

지금의 나는 도대체 뭣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침마다 밤사이 죽지않고 살아나 눈을 뜬 내게 가장 먼저 던지는 나의 질문이다...